사진: 이경목님 작
만어사/이동훈
만어사는 절보다 부처보다 돌너덜이다.
산중까지 와서 주둥이를 뻐끔하는
물고기 떼에 아연하더라도
수로왕이 강바닥을 파 뒤집어 예까지 왔다는
우스개는 정말 같아서 삼가야 한다.
고만고만한 물고기들은
용왕 아들을 무작정 따르다가 돌로 굳었고
큰 물고기 형상의 용왕 아들은
미륵돌이 되는 공덕을 입었다.
예를 갖춰 돌을 전각에 들였는데
비 오는 날이면
지붕이 원망스런 큰 물고기는
내세는커녕 현세를 못 미더워 웅얼거린다.
위에서 천도를 하든 졸도를 하든 간에
아랫것들은 물 만나 우쭐우쭐 나선다.
낙동강에 대어 가자고 왁자그르르하다가
내려가도 탈이 없을지 수군수군하다가
갈데없이 도로 건천이 된다.
만어사에 가거든
물고기에 빌지만 말고
한번쯤 물고기를 빌 일이다.
- 우리시 2011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