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 공산무인도
고연희, 『그림, 문학에 취하다』, 아트북스, 2011.
* 시와 그림은 오래전부터 친연성이 있다. 추사의 글씨는 그 자체로 그림의 성격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저자는 중국과 조선을 넘나들며 선인들의 그림과 시를 연결 지어 그 시대적 의미를 살피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소개한다.
첫장의 그림은 최북의 <공산무인도>이다. 그림 상단의 ‘공산무인 수류화개(空山無人 水流花開)’라는 글은 송나라 소식의 게송을 차용한 것인데, 소식의 순수 창작이라기보다는 당나라부터 유행하던 문구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쨌든 크게 유행했던 이 문구를 최북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공산’은 사람의 생각과 욕심이 사라진 경지, 사념에서 벗어난 선(禪)의 높은 경지이다. 최북은 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흥건한 먹을 찍어 붓을 빠르게 휘둘렀던 것 같다. 사념이 머물 틈 없는 붓질의 속도를 따라 넉넉한 습기가 화면에 번진다. 잔손질을 더하지 않았으니 잔심이 고이지 않는다 ……사람이 없는 텅 빈 정자는 빈산을 분명하게 알려준다”고.
그 밖에 이인문의 <송하한담도>와 왕유의 시를, 전기의 <귀거래도>와 도연명의 시를, 박제가의 <어락도>와 장자의 글을 견주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림을 더 깊게 보게 하고, 시를 더 가까이 느끼게 해주는 것이리라.(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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