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이상과 소월

톰소여와허크 2015. 11. 13. 15:32

 

이상과 소월 / 이동훈

 

 

가난한 가계를 위해 李箱은

화가도 시인도 아닌 건축기사가 되어야 했어.

門을열려고안열리는門을열려고*

휘청거리며 신음하던 李箱을

구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폐병이었어.

일상을 떠나고 싶은 마음에 날개를 주었으니.

술과 예술의 경계가 레몬 향처럼 상큼했을까.

병원의 하얀 시트를 구기던 그날까지.

 

불우한 가계로 인해 素月은

잠깐의 꿈속에서조차 야위어만 갔어.

아무리 혼자 누어 몸을 뒤재도

잃어버린 잠은 다시 안 오고**

사랑도 꼬이고 인사도 틀린 素月을

위로한 것은 불운하게도 아편이었던 게지.

불면의 고통을 위로받고자

유언도 없이 조용히 누웠던 그 밤에도.

 

천재를 만드는 게 뼈저린 상실감이라면

평범은 시의 독일지도 몰라.

李箱은 난데없는 까마귀처럼

素月은 불붙는 진달래처럼 살아오느니.

 

 

* 門을열려고안열리는門을열려고 - 이상, <가정>에서

** 아무리 혼자 누어 몸을 뒤재도/ 잃어버린 잠은 다시 안와라 - 김소월, <그를 꿈꾼 밤>에서

 

- 월간 <우리시> 20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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