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상, 송하관폭도 (松下觀瀑圖)
이원복, 『나는 공부하러 박물관 간다』, 효형출판, 2004.
- 지난 역사나 선조들의 체취가 묻어 있는 유물이나 예술품을 한눈에 보려면 박물관만 한 데가 없을 것이다. 중앙박물관이나 지역 박물관에 가서 전시된 유물 중에 한두 개만 눈에 걸려서 마음에 흔적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이미 충분히 보상받은 것이리라.
저자의 공부 중에 미술 쪽을 찾아본다. 전기의 <월하독작>에 시선이 꽂힌다. 편안한 자세로 술병에서 뒤로 물러앉아 조는 듯이 있는 사내. “홀로 있으되 쓸쓸함이나 적막감과는 거리가 있기에 우러르지 않을 수 없는 정경”이라고 말한다. 사내 옆에 서로 다른 나무가 네 그루 얽혀 있는데 어떤 나무가 모델이었을지 찾아보는 것을 숙제로 남겨둔다.
이인상의 <송하관폭도>도 원작으로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폭포를 가로지른 소나무의 위세는 마치 용이 되기 직전의 이무기가 막 비상하려는 몸짓을 연상케 한다. 그걸 지켜보는 한 사내는 누굴까. 저자는 “시공을 넘어 영원의 세계에 시선을 둔 인물은 이인상 자신임에 틀림없다”고 했다. 그 사내가 용을 타고 폭포 위로 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신비한 느낌을 그림을 통해서 전해 받는다.
시간 내서 공부하러 박물관에 들리면, 예상치 않은 감각과 영감으로 삶이 고양되는 행운도 있을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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