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 숟가락 하나 / 현기영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제주 4.3 운동의 기록과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의 추억담과 성장통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제목과 관련한 두 삽화가 눈에 띈다. 산사람 대장인 이덕구의 시체가 관덕정에 전시될 때 앞가슴 주머니에 장난스럽게 꽂아둔 숟가락 하나가 먼저다. 민의를 반영하여 권력에 저항했던 신화 속 장수들을 제주에선 장두라고 부른 모양인데, 산사람의 대장에게 그런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산사람의 숟가락을 아무도 웃지 않았다는 데서 저자는 민의를 대변하는 인물의 쓸쓸한 최후를 생각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어머니에게 대들고 울음과 목청으로 저항한 뒤 밥상에 끌려가 들은 어머니의 말이다. “눈물은 내려가고 숟가락은 올라가지 않앰시냐”. 어떤 경우든 먹고 사는 문제가 지난하고 또 중요하다는 뜻이겠다.
저자는 눈물이 많다. 4.3으로 인한 고향마을의 몰락, 아버지의 오랜 부재와 일탈을 지나오며 눈물을 훔치는 날이 많았는데, 책읽기와 함께 아버지에게 보낸 칠 년여의 편지가 글쓰기의 출발이었음을 고백하기도 한다.
제주 4.3도, 그 이전의 그 이후의 삶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삼시 세끼 위로 올려야 하는 숟가락과 무관할 수 없음을 생각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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