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그림을 본다는 것

톰소여와허크 2017. 6. 28. 11:06



터너, 눈보라(1842)



케네스 클라크(엄미정 역), 그림을 본다는 것, 2012, 엑스오북스.

 

 

  저자는 머리말에서 그림을 보는 방식은 당연히 여러 가지며, 그 중 어느 한 가지만 옳다고 할 수 없다는 전제로 이야기를 꺼낸다. 열여섯 점의 그림을 소개한 이 책은 색조와 형태 등 그림에 대한 일반적 인상에서 시작해서 그림의 부분 부분을 살피고 즐기며 화가의 의도를 헤아리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나름의 감상법을 따르고 있다.

  컨스터블의 <뛰어오른 말>(1824-1825) 습작과 완성작 두 점에 대한 저자의 평을 보면,

  “컨스터블이 더없이 행복하게 보냈던 10년의 마지막 무렵에 그렸던 그림이 <뛰어오른 말>이다. 이때 그는 기운이 넘쳤고 유화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며 화가로서 전성기를 맞았다. 그를 오랫동안 갈등하게 했던 문제, 말하자면 눈에 보이는 자연을 화폭에 옮기는 문제는 이 무렵 유화에 능숙해지면서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온화한 초록은 한 군데도 없이 암청색, 회색, 갈색처럼 어두운 색채로 칠한 화면을 보면 악마 같은 우울증이 컨스터블 근처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고 했다.

  <뛰어오른 말>을 위한 두 번의 소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앞발을 든 말의 높이가 높거나 낮고, 버드나무의 허리가 굽거나 펴지는 변화를 통해 화가가 그림에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 왜 그런 변화를 주었는지에 대해서 상상해 볼 여지를 준다.

  컨스터블보다 더 어두운 색을 쓴, 터너의 <눈보라>(1842)에 대한 저자의 평을 보면,

  “우리는 액자 안에서 어느 정도 균형이 맞고 안정감이 있는 무엇을 기대한다. 그러나 터너의 <눈보라>에서는 편안한 구석이 어디에도 없다. 휘몰아치는 눈발과 물살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친다. 눈발과 물살의 힘은 포말의 역방향 운동과 빛의 신비한 줄무늬 때문에 방향을 바꾼다. 이런 움직임을 한참 보고 있으면 불안해지며 피곤해지기까지 한다.”고 적었다.

  눈보라를 관찰하기 위해 네 시간을 돛대에 묶여 있었다는 말이 사실인지 지어낸 말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원작을 보고 말해야 할 것이나 사진으로 보는 그림만으로도 터너의 말이 진실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 말에 실제를 방불케 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용돌이나 회오리에서 저자는 꿈과 무의식에 작용하는 힘을 감지하며 이를 <눈보라>의 매력으로 꼽는다.

  그림을 본다는 것이,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기도 할 것임을 생각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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