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그림 에세이> 세 번째 세계

톰소여와허크 2017. 7. 31. 12:47

김채원, 세 번째 세계, 새물결플러스, 2016.

 



존 싱어 사전트,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네>(1885년)


 

   저자에 따르면, 그림을 이해하기 위한 세 번째 세계는 그림이 그려졌던 시공간적 위치와 관련된다. 그리는 기술이나 그림의 의의를 따져보는 것이 첫 번째와 두 번째 세계였다면 세 번째 세계는 그림 속에 드러나거나 암시된 시대, 역사, 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세계다.

한스 홀바인 그림에서 종교 개혁의 모습을 떠올리는 이유를 짚어가다가 <클레이브의 안네 초상>(1539)에 이르러 에드워드 8세의 여성 편력의 끝장을 보여주는 장면 등이 그러한 세계를 잘 보여준다. 이 책은 한스 홀바인 외에 다섯 명의 화가와 그들의 그림을 만나고 그 사회적·역사적 배경을 소개해주는 역할을 다한다.

   모네의 <파라솔을 든 여인>(1875)은 모네 삶의 전기가 마련되는 시점의 그림이다. 그림을 진로로 생각할 무렵부터 또 그림 모델인 카미유와의 삶을 설계하면서부터 모네는 궁핍한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버지와 고모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모네가 고집을 세워나가면서 후원을 중단한 이유가 컸다. <풀밭 위의 점심 식사>(1863)로 논란을 일으키며 유명인이 된 마네의 모습을 보면서, 모네는 <정원의 여인들>(1866)을 내세워 마네와 다른 방법으로 파리 중상류층의 삶을 그린다. 카미유에 대한 애정은 품고 있으되, 고객 오슈데의 아내, 알리스와의 사랑도 깊어 간다. 운명은 카미유의 병과 오슈데의 파산과 죽음으로, 자연스레 두 집이 동거하는 삶을 살게 된다. 카미유의 죽음 이후, 모네는 알리스의 첫째 딸인 수잔을 모델로 <야외 인물 연습>(1886)을 남긴다. 파라솔을 든 여인이 십 년 만에 모델만 바뀐 채 되살아난 것이다.

   저자는 모네가 알리스에 대한 그림을 한 점도 남기지 않은 점을 이야기한다. 사전트 그림,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네>(1885)에 알리스가 유일하게 등장하고 있음을 말하면서도, “이 그림 속에서마저 알리스가 아닌 카미유가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라며 인상평을 남긴다.

모네를 그렸던 존 싱어 사전트는 <마담 X>를 심혈을 기울여 그렸지만, 흘러내린 어깨끈(나중에 어깨끈을 수정함)과 함께 모델 버지니 아멜리의 사생활만 부각되는 낭패를 당한다. 시간은 사전트 편이었지만 사전트와 아멜리는 자존심과 명예에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상태였을 것이다.

그림을 이해하는 또 다른 세계 즉, 네 번째 세계도 있을 법한데 그림이 건네는 이야기는 그만큼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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