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 수아 뒤사팽(아상해 역), 『속초에서의 겨울』, 북레시피, 2016.
-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저자의 첫 소설이다. 저자는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성장하며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수단으로 글쓰기를 선택했다고 고백한다.
소설의 여주인공인 역시 프랑스인 아버지를 두었으나 아버지는 어머니를 속초에 두고 떠나서 다시 모녀를 찾지 않는다. 그녀도 자기 정체성을 찾아서 떠나고 싶은 욕구가 가득하나 어머니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없는 걸 안다. 그 불만이 음식을 마구 섭취하는 폭식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녀가 일하는 펜션에 아버지처럼 노르망디 출신의 만화가가 투숙한다. 그 남자는 그림 여행을 다니다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이 완성되면 그곳을 떠나는 기질이 있다. 여자는 남자에게, 또 그 남자의 그림에 흥미가 생긴다. 두 사람은 세탁물 처리나 관광 안내를 핑계로 만나게 되지만 서로에게 깊이 다가가지 못한다. 그녀의 또 다른 남자 친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속내를 다 드러내지 않아서 이기도 하다.(답답하긴 해도 이것이 최소한의 자기방어인지도 모른다.)
남자는 여자와의 마지막 식사 약속을 지키지 않고 떠난다. 대신 선물처럼 그림을 남긴다. 속초의 풍경이 그림 칸을 넘어 이어지다가 여자로 짐작되는 그림에서 멈춘다. “붓으로 새겨진 깊은 상처. 그 길고 가는 ‘흉터’를 지닌”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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