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련, <에르블레 풍경>,1930
이구열, 『우리 근대미술 뒷이야기』,돌베개,2005.
뒷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란 의미로 주로 쓴다. 이도영 화가와 임용련, 백남순 부부 화가 이야기를 몇 장면 따라가 본다.
안중식 화가의 제자인 이도영은 1909년 창간한 『대한민보』에 사장인 오세창의 추천으로 신문 1면에 시사만화를 연재한다 (현재, 서울 종로 『대한민보』 자리엔 이도영 화가의 첫 삽화를 조형물로 만든 ‘한국 만화, 여기서 시작하다’(손문상 작)는 기념물이 있다). 연재 당시만 해도 친일을 풍자하는 그림이 적잖았다. “이 산으로 가며 복국(復國), 저 산으로 가며 복국, 복국, 복국, 복복국” (배우창곡도 俳優唱曲圖, 1910.4.10.)이라고 소리꾼이 외고, 고수가 “좋다”고 추임새 넣는 만화가 산뜻하고 시의적절하게 느껴진다. 일제 통감부의 검열로 만화가 먹판으로 삭제되기도 해다가 한일합방과 함께 폐간의 운명을 피하지 못한다.
임용련은 평안남도 남포 출신으로 서울로 유학 왔다가, 3.1운동에 가담 후 중국으로 건너가 난징 금릉대학에 입학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시카고 미술학교와 예일 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한다. 이후 런던을 거쳐 파리에 갔던 임용련은 서울에서 유학생으로 와 있던 백남순을 만나, 파리 근교의 에르블레 성당에서 결혼하니 그 삶이 이채롭다. 이때 백남순이 나혜석을 만나기도 했다니 둘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귀국 후 부부 유화전(1930년)에 유화 82점이 전시되었다고 하는데, 6.25로 인한 피난과 임용련의 행방불명으로 거의 모든 작품을 유실하게 된다. 이 책은, 그 와중에 백남순의 <낙원>1937과 임용련의 <에르블레 풍경>1930, <금강산>1940을 찾게 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신혼 때 그린 <에르블레 풍경>은 백남순의 옛 친구가 보관하고 있다가 기적적으로 찾게 되니, 미국에 살고 있는 백남순 화가나 그 계기를 마련한 저자를 뭉클하게 만든다.
유영모, 이광수, 염상섭, 김억 등이 인문학적 소양을 가르치던 평북 정주, 오산 학교에 임용련 교사의 자리를 빼면 실례가 되겠다고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이 뒷이야기의 소득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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