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그림 에세이> 모네가 사랑한 정원

톰소여와허크 2018. 5. 21. 19:59





데브라 맨코프(김잔디 역), 모네가 사랑한 정원, 중앙북스, 2016.

 

 

  1872해돋이로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인상파의 시작을 알린 모네(1840-1926). 이 책은 주로 아르장퇴유와 지베르니 시절에 즐겨 그렸던 정원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작가의 삶과 그림에 대해서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다.

1871,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에서 그림 그리기를 소원했던 모네는 작품 활동의 근거지였던 파리에서 머잖은 아르장퇴유 마을에 집을 얻으면서 꿈의 절반을 이룬다. ‘아르장퇴유의 화가의 집’(1873)을 보자면, 집 앞에서 굴렁쇠를 하는 어린 아들 장을 아내 카미유가 문밖으로 몸을 살짝 내밀며 지켜보는 평화로운 그림이다. 책에는 없지만, ‘파라솔을 든 여인’(1875)까지 이 평화는 쭉 이어졌을 거다. ‘파라솔을 든 여인에서 카미유의 치마폭을 흔드는 바람으로 왠지 모를 불안을 느끼게 하고, 1879년 카미유의 이른 죽음이 있었지만, 헌신적인 알리스를 만나 6명의 자식을 기꺼이 맞이한 모네는 안정을 빨리 찾는다.

1883년부터 시작된 지베르니 시절은 모네의 황금기다. 지베르니를 방문하기도 했던 세잔은 모네의 포플러와 루앙 성당 연작에 대해서 모네는 일몰에 투과되는 빛의 움직임을 하나하나 따라가서 그 미묘한 느낌을 캔버스에 옮겨놓을 수 있는 유일한 눈과 손을 지녔다며 극찬한다. 모네 자신은 조금씩 외부 스케치를 줄이고 정원을 가꾸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그 정원에서 그리고자 하는 대상과 시시각각 달라지는 빛과 명암에 대해서 관찰하고 연구하며 영감을 얻는다. 일본식 다리가 있는 연못 풍경에서 시작하여 연못과 수련이 주는 다양한 인상을 반복적으로 그리면서 모네는 그림의 한 진경을 구축해간다.

그러는 중에 의붓딸의 죽음, 아들 장의 죽음, 의지했던 알리스의 죽음을 차례로 겪는다. 색채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시력까지 읽게 된 상황에서 스물두 점의 대장식화(오랑주리 미술관)를 남기는데 사진으로 보는 몇몇 작품으로도 그 여운이 자못 깊다. 그중 일몰, 대장식화를 본다. 왼쪽 연못 풀 위로 노란색의 뭉치와 그 위로 연분홍 색채가 번져가는 게 일몰 직전의 빛이 연못에 남긴 인상을 그렸다고 하지만, 옛날 파라솔을 든 여인에서 보았던 노란색의 번짐이 문득 떠오르는 건 왜 일까.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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