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맛있다 / 송재학

톰소여와허크 2012. 10. 26. 15:27

맛있다 / 송재학

 

 

  그 아이는 행동발달장애아이다 먼산바라기 눈빛이 안쓰럽다 어느 것도 그 아이의 몫은 아니지만 눈빛만은 제 것을 더듬고 있다 열 살짜리 그 아이의 동생은 제 형을 약간은 귀찮게 생각하고 꺼려하는 눈치다라는 건 내 짐작일까 우리 집에서 저녁 먹던 날 그 아이가 미역국과 김치 국물을 비비다 만 밥을 투정하듯 제 동생의 밥그릇에 떠넘겨버렸다 나 혼자 숨죽였다 어린 동생은 잠시 멈칫거리다가 그 벌건 밥덩이를 제 입에 떠 넣고 여느 때처럼 삼켰다 냉큼이나 꿀떡이란 말이 뭉클하게 떠올랐다 그건 아주 맛있는 밥의 어원이다

- 시선집『진흙 얼굴』, 중앙북스(주), 2011

 

  * 아이의 마음 씀씀이가 어른의 그것에 비해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어른의 편견일 것이다. 한 발 물러서서 대체로 그럴 것이라고 말한다 해도 그 역시 편견에 가까울 거라고 나 역시 조심스럽게 말하겠다.

  위 시의 아이는 기분이 상할 만한 일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 너그러운 태도를 보여준다. 이 아이의 행동을 어른스럽다는 표현으로 추켜 주지 말자.(어른의 볼을 살짝 붉게 해주려는 의도로 쓰겠다면 혹 모르겠지만). 매일 쏟아지는 뉴스거리는 사소한 일을 사소한 일로 넘기지 못하여 갈등을 빚어내는 어른들의 이야기니 말이다.

  아이의 행동이 시인을 흐뭇하게 하고, 독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하는 건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의 마음은 천성이기도 하겠지만 길러진 것이기도 할 것이다. 수용 받지 못한 아이, 사랑 받지 못한 아이가 남을, 또 자신을 수용하고 사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그래서 어른의 역할이 소중한 게 아닐까 싶다. 어른과 아이는 서로의 거울임을 생각하며, 맜있는 시를, ‘꿀떡’ 삼킨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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