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똥개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1:13

글 작성 시각 : 2003.08.17 21:18:21

친구 셋이 극장에 갔다. 한 명이 매표원에게 똥개 석 장, 그랬다. 그리고는 어감이 이상하다고 투덜댄다. 듣고 보니 좀 이상한 듯도 하다.
똥개는 폼이나 체면 따위 하고는 벽 쌓은 개다. 여기저기 쏘다니며 이것저것 안 가리고 주워먹는 습성이 있다. 심지어 자기 똥까지 핥아대기도 한다. 지저분한 개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똥개에게 취할 점이 있다면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이고,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질기다는 점이다.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얘기는 성질이 순하다는 뜻이다. 천연덕스럽다는 것은 여유가 있고 구김살이 없다는 뜻이다. 질기다는 것은 고기 질을 말함이 아니고, 삶에 대한 애착이 그렇다는 뜻이다.
주인공 별명이 똥개인데, 앞에 이야기한 똥개의 습성을 꼭 빼닮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개가 학교 축구부 선배에 의해서 탕이 되었을 때, 주인공 똥개는 슬픔과 분노에 휩싸여 소주병을 휘둘렀고, 진정된 다음에는 학교를 그만두었다. 순한 놈이 열 받으면 무서운 법인데 똥개가 그러했다.
몇 년 후 폐차장에 취직한 똥개는 오랜 백수 생활을 정리했지만, 삶은 여전히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사기 당한 이웃주민을 위해서 지역개발업자와 조폭에게 맞서면서 똥개는 시련에 부닥친다. 또한 자신의 행동을 아버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서 괴로워한다.
결국, 사건(?)을 터뜨린 똥개는 철창에 갇히고, 그 곳에서 자신을 괴롭히던 예전의 학교 선배와 격투를 벌인다. 때리고 맞고 물고 뜯는 개싸움에서 승리한 똥개는 동료들의 환호를 받는다.
유치장을 나서는 똥개 앞에 그를 사랑하는 여자가 선물처럼 있다. 자기를 기다려준 매력적인 다방아가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똥개의 앞날은 여전히 낮고 거칠고 불투명하고 순수할 것이다. 똥개 인생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혈통 좋은 명문 귀족개가 판치는 세상에, 맨땅바닥에 뒹굴면서도 제대로 짖어댈 수 있는 똥개가 훨씬 친근감이 든다. 이런 똥개가 대접받는 세상이 건강한 사회일 거라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 똥개는 똥개끼리 뭉쳐야 한다. 똥개, 오랜만에 보는 재미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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