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각 : 2004.02.25 09:49:46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무>, 열린책들, 2003
<나무>는 상상력이 문학의 아주 요긴한 자원임을 보여준다. 스스로 인간이라고 믿는 기계라든지,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나 소외된 노인이 반란군이 되는 이야기라든지, 10 이상의 숫자를 아는 지배자들이 다른 계층의 참여를 이단으로 몰아간다든지, 나무의 언어를 파악해서 범인을 잡는다든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발상이 참 재미있고 새롭다.
특히,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지구와 인간 존재에 대한 기발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듯하다. 마치 인간이 애완동물을 키우듯 지금 인간도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신)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너무 정교해서 인간이 모르고 있을 뿐이다. 또한 인간을 조정하는 신도 그 너머 더 큰신에 의해서 조정당하고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인간이 속한 지구도 넓은 우주에 비하면 파리똥만큼도 안 되는 곳임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무한한 상상력과 스케일은 그냥 주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사물이나 현상을 새롭게 보려는 시도의 결과일 것이다. 또한 인간의 미래사회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그게 바람직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기계가 주인이 되는 사회, 노인이 소외되는 사회, 지식의 독점을 통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상상력의 또 한 편에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상상력이 고갈은 문학의 죽음이다.
나는 상상력하면 무인도가 곧잘 떠오른다. 어릴 때 무인도를 가고 싶어했다. 지도에도 없는 그 무인도는 보물섬이었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좋은 자유공간이기도 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무인도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내 상상력은 내리막길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일 자체가 상상력임을 <나무>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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