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각 : 2003.11.02 22:26:44
최성현,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도솔출판사, 2003.
이 글은 산이 좋아서 산에 묻혀 사는 사람의 산 이야기이다. 바보 이반의 농장에는 텔레비전도 전화도 없다. 태양열을 전원으로 해서 밥을 짓고, 노트북을 사용하니 문명의 이기를 꼭 필요한 만큼만 누린다.
'야생초 이야기'에 이어서 또 '산 이야기'를 뒤적이면서 주위의 풀과 벌레의 존재에 마음이 가는 것이 느껴진다. 학교 정원과 연못을 배회하게 되고, 운동장의 느티나무를 자주 쳐다보게 된다. 나는 연못 속 붕어의 말을 당연히 듣지 못하고, 느티나무의 속삭임을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럼에도 비오는 날의 연못가와 해 맑은 날의 느티나무 아래에서 긴 이야기 뒤의 후련함 같은 것을 느끼곤 한다.
운동장 후미에서 어린 느티나무가 땅을 비집고 솟은 것을 처음 발견했을 때 바람에 씨가 날려왔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다른 가능성을 알아냈다. 새가 열매를 먹고 여기까지 날아와서 찍 배설하는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거미가 거미줄 위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끈끈한 액체가 붙어있는 가로줄과 그렇지 않은 세로줄을 친 다음, 거미는 세로줄만 타고 다닌다고 그런다. 참 신기한 노릇이다.
자연에는 신비한 일들이 많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로서 신비한 존재이다. 인간중심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이 모든 신비를 파괴할지도 모른다고 작가는 경계하고 있다.
산 아래 사는 나는, 산이, 그립다.
'감상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세이> 영화보다 재미있는 사진 이야기 (0) | 2010.08.31 |
---|---|
<소설> 콩나물 시루 (0) | 2010.08.31 |
<에세이> 눈물은 왜 짠가 (0) | 2010.08.31 |
<소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0) | 2010.08.31 |
<소설> 방각본 살인 사건 (0) | 2010.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