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각 : 2004.12.27 16:20:50
태어나면서부터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밝은 세상과 이웃을 등지고 지하에 유령처럼 숨어살아야 했던 사람. 오페라 극장 지하에 있음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되고, 잠재된 천재성이 작곡과 노래로 나타나게 된다. 천재를 증명해 보일 수 없는 그는, 한 여인을 택해서 자신의 모든 능력을 줌으로써 그녀를 오페라 무대의 중심에 서게 한다.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의 노래에 사로잡힌 그녀였지만, 그의 가면을 벗긴 그녀는 그를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이 자체가 그에게는 엄청난 고통이다. 그녀에게는 또 다른 남자가 있다. 소외와 상처로 인해 성격이 비틀린 불우한 천재보다는 다정하면서도 씩씩한 명문가의 남자에게 위로와 사랑을 느낀다
선택이 명료해 보이는 순간, 또다시 그녀는 흔들린다. 슬픔과 광기에 휩쓸린 그의 노래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았다. 물론, 예술인가 사랑인가 하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그려진 영화는 아니지만 그녀가 흔들리고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녀는 그의 상처를 동정하기는 했어도 끝끝내 사랑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위협으로 얻어낸 키스지만 그는 무한한 감사와 애정을 느끼며 여자 곁을 떠났다. 가면을 벗어버린 채.
그는 그녀를 빼앗김으로써 노래할 이유를 잊어버렸다고 했으나, 정작 그 순간 가장 절망적이고도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한 아이러니는 무엇일까. 상실만이 예술의 완성을 가져온다고 얘기하면 너무 쓸쓸한 얘기일까.
오페라의 막은 내려지고, 저마다 두꺼운 가면을 쓰고 자리를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