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연인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3:38

글 작성 시각 : 2004.09.13 12:45:21

연인

여자는 관군을 유인하기 위한 계략으로 남자에게 접근했고, 남자는 반란군을 잡기 위한 속임수를 갖고 여자를 돕는 척했다.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 가운데 둘은 그만 사랑에 빠져버린다. 삼일만의 사랑이었다.
삼년 간 여인을 기다려왔던 반란군 대장은 삼일만에 빼앗긴 사랑에 분노한다. 그의 분노는 사랑하는 여인에 가슴에 칼을 꽂고 만다.
연인을 잃은 두 사람의 광기는 칼싸움으로 이어졌고, 그 싸움은 계절이 바뀌도록 결판이 나지 않았다. 처절한 사투 끝에 선택받지 못한 남자는 절망적인 몸짓으로 비틀거리며 산을 내려갔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두 남녀는 한 몸이 된 채로 눈 덮인 산 속에서 죽어갔다.
사랑은 내 맘 같지 않기에 고통이 따르는 법이다. 내가 원하는 사람의 가슴에 다른 사람이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만큼 두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내 사랑이 절실할수록 그 두려움이 커질 것이고, 더러 현실이 되어가는 상황 앞에서 자신의 매력 없음을 얼마나 아파할 것인가. 내 맘 같지 않은 사랑을 얼마나 원망할 것인가.
어떤 이는 아름다운 헤어짐을 말한다. 아름다운 헤어짐이란 가벼운 말 속엔 무서운 인내와 용기가 들어있을 법하다. 상대를 위해 자기(자기 욕심)를 죽이는 일이 자기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랑을 포기하는 자체가 자신의 긴 생애에 어떤 어둠을 드리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러니 사랑은 노력하는 것이고, 내 맘 같지 않아 괴로워하는 것이고, 그 괴로움을 깊이 안으면서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장예모 감독의 '연인'은 사랑의 괴로움을 깊이 안은, 그래서 볼 만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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