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산에는 꽃이 피네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5:20

법정(류시화 엮음), 산에는 꽃이 피네, 동쪽나라, 1998.

소유로 인해 집착과 고통이 생긴다. 크게 버리는 자가 크게 얻는다며 오래 전부터 <무소유>를 이야기하시고 실천하신 분이 법정 스님으로 알고 있다. 강원도 오두막으로 주거를 옮긴 것도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스님은 자신의 뜻과 다르게 적지 않은 것을 소유하고 있는 듯하다. 버려진 오두막은 그렇다 치더라도 서울에 보시 받은 절이 있으며, 얼마간의 책을 소유하고 있으며, 또 책을 쓰고 받은 인세로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히고 있다. 또한 스님은 많은 독자와 명성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스님도 불가피한 소유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
스님의 말씀은 오랜 고민과 명상과 그로 인한 깨달음 끝에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필요한 것’을 아는 마음이나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 모두 지극히 어려운 일임을 생각한다. 당장에 장맛비와 홍수로 인해 전 재산을 잃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에게 무소유의 삶을 얘기하는 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래서 스님은 ‘풍요로운 감옥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도 정신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덧붙였다. 이 책을 통해서 무소유의 길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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