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화가의 우연한 시선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4:20

최영미, 화가의 우연한 시선, 돌베개, 2002

그림이 좋다. 악의로 또는 장난기로 그린 그림만 아니라면 모든 그림이 좋다.
텔레비전 영상에서 나는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음악은 싫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다. 그림 앞에서만 왠지 모르게 평화로운 마음을 갖게 된다. 더러 위로도 받는다.
김원일(그림 속 나의 인생, 열림원, 2000)이 뭉크의 [절규]에서 자신의 가난하고도 어두웠던 젊은 날을 위로받듯이 나 역시 [절규]로부터 깊은 연민과 함께 아름다움을 느낀다.
최영미는 그의 책에서 “객관적인 그림은 재미가 없고 화가의 주관이 개입된 풍경”이 좋다고 했다. 동의한다. 하지만 뭘 그렸는가를 보는 순간, 이미 화가의 주관을 읽고 있는 건 아닌가. 그녀의 말대로 화가의 시선을 좇아서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은 더욱 그렇다.
최영미는 그녀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컨스터블의 [건초마차]를 뒤늦게 좋아하게 되었다고 했다. 주관의 변화이다. 나는 최영미가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 풍경”으로 냉정한 평가를 내린 호베마의 [미델하니스의 오솔길]이 좋다. 앙상하게 키 큰 나무 사이로 오래도록 걷고 싶다. 내 주관이 남과 같지 않다는 데에 조그만 행복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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