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5:25

주제 사라마구, <눈먼 자들의 도시>, 해냄, 2002.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게 되면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를 상상해보자. ‘보이는 눈’에 가리어 있던 ‘마음의 눈’을 뜨게 되어 편견 없이 사물을 대하고,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더 없이 평화로운 낙원이 될까.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먼저 눈먼 자’를 ‘아직 눈멀지 않은 자’가 감금하고, 무기를 지닌 눈먼 자가 그렇지 않은 눈먼 자의 식량을 강탈한다. 권력을 앞세워 식욕과 성욕을 채우려는 눈먼 자가 있는가 하면, 이에 굴복하거나 저항하면서 나름의 살길을 찾고자 하는 눈먼 자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눈멀기 전의 세상과 다르지 않으면 오히려 좀더 본능적이고 적나라하다.
눈먼 도시가 쓰레기와 주검으로 덮일 때 아직 살아남은 눈먼 자가 차례로 눈을 뜨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저자는 멀쩡히 눈 뜨고 산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그대 정말 눈 뜨고 있는가’를 확인시켜 주고 싶어 한다. 어느 쪽일까. 또, 눈먼 도시에 눈 뜨고 사는 것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어느 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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