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야생 속으로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22:22

마크 & 델리아 오웬스, 야생 속으로, 상상의숲

어렸을 때 책으로 읽거나 텔레비전으로 보았던 정글북이나 타잔, 혹은 시턴 동물기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해서였을까. 밀림 속에서 야생 동물과 원주민을 벗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때 가졌다. 무분별한 벌목과 관광 개발 등으로 인해 원시림이 갈수록 파괴되고 있다는 기사를 간간이 접하면서 내 막연한 동경도 자취를 감추어 왔다.
애초에 가졌던 기대감이 발동했을까. ‘야생 속으로’라는 제목만으로 책을 골랐다. 1970년대 중반, 20대의 부부가 아프리카 칼라하리 평원에서 동물을 연구했던 보고서이자 그 과정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칼라하리 평원은 사자와 하이에나와 스프링복이 나름의 질서를 유지하며 산다. 낙원이라고 말하기엔 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일 년 이상 비가 오지 않기도 한다. 동물보다 마크 부부가 야생에 잘 적응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상처 입은 사자를 치료해 주고, 그 사자가 무리의 대장이 되는 걸 지켜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본즈란 이름의 이 멋있는 사자는 나중에 수렵군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수백 수천의 누 떼가 인간이 쳐놓은 울타리와 사냥으로 인해 죽어 가는 사실을 목격한 부부는 ‘야생보호’를 위한 안내와 기금 마련에도 열심이었다.
사자가 먹다 남긴 뼈다귀만 좇는 걸로 유명한 하이에나이지만, 이 지방 갈색하이에나는 공동 육아를 한단다. 자기 새끼에게 잘하기는 쉬워도 남의 새끼까지 돌보는 건 예사 노력이 아닐 거다. 적어도 이 부분만큼은 갈색하이에나가 인간보다 더 인간적임을 알겠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