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차이는 다르다>
며칠 전 백바지에 티를 걸친 한 남자가 국회에 나타나 국회의원 선서를 하려다가 쫒겨 난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4월 국회의원 보선에서 당선된 개혁신당의 유시민의원의 얘기다. 「"국회가 내 일터가 되었으니 열심히 일하겠다는 뜻으로 일하기 편한 옷차림으로 유시민씨는 결국 선서를 하지 못하고 다음 날 다시 넥타이를 매고 와서 선서를 하고 국회의원이 됐다.
유시민 의원은 "모두 똑 같은 것보다 다른 것이 좋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써둔 인사말에서 "저는 일부러 오늘 이런 옷차림으로 나왔습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했다.(오마이 뉴스 자료)
유시민의원의 혁명적인 발상은 국회의원들의 권위주의 벽에 의해 무너졌지만 무의미한 일은 아니었다. '다르다'(차이)는 것은 무엇인가? 다름은 가시적인 현상에 내용이 담고 있는 질의 속성이 나타난 표현이다. 국화와 장미의 다름은 국화가 가지고 있는 질의 속성과 장미가 가지고 있는 속성의 차이다.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그 물질의 속성에 따라 다른 표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자와 여자의 다름도 마찬가지다. 남자의 기준에서 여자를 보고 열등하다든지 여자의 기준에서 남자를 보고 우수하다고 말하면 틀린 것이다. 남자는 남자의 고유한 속성을 가지고 있고 여자는 여자가 가지고 있는 속성이 다르다.
왜 국회의원은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야 하는가? 한복을 입으면 국회의원답지 않은가? 남자는 치마를 입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문화란 단위사회의 구성원이 묵시적인 동의로 형성된 관행에 다름 아니다. 주거양식에서 언어와 의복문화는 그렇게 정착되어 왔다. 물론 문화의 속성상 지배문화와 피지배문화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계급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다.
우리사회는 분단국가라 이유를 들어 독재권력이 '다름'을 인정하기를 거부해 왔다. 국가보안법이라는 것을 만들고 통일방안도 유일한 국가가 제시한 방안 이외의 통일 방안을 이적행위로 못 박았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도 국가가 선택한 지식이 가치 있는 것이라는 '국정 교과서'만 인정해 왔다. 북쪽은 좋은 점을 말하면 이적 찬양고무 죄가 되는 경직된 사회를 만들어 놓았다. 분단을 이용한 장기집권 야망이 국민들의 생각까지 흑백논리를 뿌리내리게 했던 것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는 전근대적인 봉건사회다. 내 생각과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하거나 적대시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사회라고 볼 수 없다. 우리 학교가 '다른 학생' 즉 개성과 소질과 취미가 각각 다른 학생들을 똑같은 기준을 만들어 서열화 하기를 마다 하지 않았다.
전국의 80만 명을 한 줄로 세우는 '같음'을 강요하는 사회가 있는 한 창의적인 교육은 불가능하다. 모두가 똑같은 색깔을 좋아하고 모두가 똑같은 음식이나 가치관을 가진 사회를 상상해 보면 '다름'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차별과 차이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회, 나와 남이 똑 같기를 바라는 사회는 있을 수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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