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추석 다음날)
물 폭탄 / 이동훈
작달비 피해 기어든 간이식당
알전구 아래, 각목 닮은 손목끼리 푸르스름하다.
겉절이에 싼 삶은 달걀을 한입에 욱여넣고
얹힌 것을 병나발로 내리는 사람들
보글보글 물방울 같던 호시절에서
서로 물 먹이겠다고 난장인 세월까지
출렁출렁 지나올 것 같으면
어느새 물구덩이에 곤두박인 신세거나
물 밖에 난 고기 신세거나 다들 거기서 거기다.
일감 없어 끌탕하던 어제를 잊으면
기약 없는 내일이 불안하여 쉽게 붉어지는 사람들
검은 물 뚝뚝 듣는 팔로 멱살 잡거나 멱통 잡히어도
제풀에 맹물 되어 스러지고
취기를 못 이긴 사내들은 잘도 꾸벅인다.
덩달아 비바람 수굿해지는 끄느름한 밤
깡통에 받은 빗물만 가득한데
누군가 흙신발로 냅다 차고 또 차니
펑-펑-펑-,
귓구멍 눈구멍 하늘구멍이 다 열리며
기막히게 터지는 물 폭탄이다.
잇대어 맞춘 각목 같은, 비걱대는 등판끼리
무럭무럭 김을 내는 사이
불발한 인생을 위하여
똥배 나온 달이 삐죽 뜨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