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장연사지 삼층석탑

톰소여와허크 2010. 9. 15. 11:43

 

사진 출처: http://blog.daum.net/snowyardflowers/ 雪野님

 

장연사지 삼층석탑*/  이동훈

 


처진 어깨를 하고

처진 소나무*를 보러 가는 길이었네,

뻗치고 오르려는 욕망을 어떻게 뉘고 섰는지

가까이 살필 참이었네.

이정표를 대신하던 동창천은

산 그림자를 안거나 밀면서 길을 앞서갔네.

처진 소나무를 지척에 두고

그만 곁길로 꺾어든 건 비트적거리던 마음이

한쪽으로 쏠렸기 때문이네.

돌다리를 지나서 감나무 밭에 이르니

어둑서니 같은 석탑 두 기가 점점 도렷해지네.

이편의 탑은 한때 도랑에 처박혔다는데

저편의 탑을 보다가 알았네.

무너지고 버려진 이편을 끝내 일으킨 건

남겨진 탑의 기도였다는 사실을.

홍시가 익을 때 다시 오라는 말을 뒤로 하고

돌다리를 돌아나가네.

처진 마음을 다리 밑으로 흘려보내니

처진 소나무의

편안한 어깨가 성큼 다가오네.

 

* 장연사지 삼층석탑: 경북 청도 소재

* 처진 소나무: 매전면과 운문면(운문사 경내)에 있으며 둘 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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