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들레 / 이동훈
넌,
사랑스러워.
담벼락 밑, 미루적미루적 내민 얼굴
안녕, 인사하면
앙칼지게 삐죽 삐치는 이파리, 그 작은 성질머리.
골목 안, 그늘을 애써 거두어
스스로 먹먹해진 눈빛
그 낱낱의 빛을 어둔 구석방에 쬐고 싶어
너를 안고 들어온 날
내 얼굴이 먼저 피어났건만
잠시, 잠깐이었어.
이제껏 숱한 낮밤을 열고 닫았을 너
무엇이 조급증을 키웠을까.
제 몸의 빛을 바깥으로 죄다 밀어내고
하루 만에 늙어 툭, 떨어져 나갈 줄이야.
꽃자리에 든 어린 씨앗도
놓아 달라고 움찔대는 저녁
단단하게 여윈 몸에
봄을 다 살지 못한 푸념만 살아.
난,
길들고 싶지 않아.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파티필룸 (0) | 2010.10.20 |
---|---|
가을을 태우는 여자 (0) | 2010.09.27 |
'인사동 가는 길' 외 4편(2009년『우리詩문학상』신인상 당선작) (0) | 2010.09.26 |
아버지의 자전거 (0) | 2010.09.23 |
물 폭탄 (0) | 2010.09.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