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민들레의 푸념

톰소여와허크 2010. 9. 26. 18:38

 -

 

 

민들레 / 이동훈

 

 

,

사랑스러워.

 

담벼락 밑, 미루적미루적 내민 얼굴

안녕, 인사하면

앙칼지게 삐죽 삐치는 이파리, 그 작은 성질머리.

골목 안, 그늘을 애써 거두어

스스로 먹먹해진 눈빛

그 낱낱의 빛을 어둔 구석방에 쬐고 싶어

너를 안고 들어온 날

내 얼굴이 먼저 피어났건만

잠시, 잠깐이었어.

이제껏 숱한 낮밤을 열고 닫았을 너

무엇이 조급증을 키웠을까.

제 몸의 빛을 바깥으로 죄다 밀어내고

하루 만에 늙어 툭, 떨어져 나갈 줄이야.

꽃자리에 든 어린 씨앗도

놓아 달라고 움찔대는 저녁

단단하게 여윈 몸에

봄을 다 살지 못한 푸념만 살아.

 

,

길들고 싶지 않아.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파티필룸  (0) 2010.10.20
가을을 태우는 여자  (0) 2010.09.27
'인사동 가는 길' 외 4편(2009년『우리詩문학상』신인상 당선작)  (0) 2010.09.26
아버지의 자전거  (0) 2010.09.23
물 폭탄  (0) 2010.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