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나는 유령 작가입니다, 창비
- 김연수의 소설집을 읽었다. 작가는 너무 많은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다. 소설 자체가 거짓말이니 거짓말을 늘어놓아다는 게 흠이 될 이유는 없다. 대신 그럴듯한 거짓말, 참말 같은 거짓말이 아니라면 글쓴이에게도 독자에게도 낭패스런 일이 될 것이다.
거짓말을 통해 진실을 엿보게 하고, 진실된 감정을 고양시켜 준다며 좋은 소설이라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집에 든 ‘뿌넝숴(不能說)’ 같은 소설도 얼마간의 거짓과 얼마간의 진실이 잘 어우러져 깊은 여운을 준다.
육이오 때 인민지원군(중공군)으로 참전했다가 부상당한 용사와 전쟁을 증오하는 간호병의 이야기이다. 간호병은 자기 피를 뽑아 의식을 잃은 부상병에게 수혈하는 희생을 마다않으면서도 그 부상병의 검지와 중지를 잘라버린다. 다시 총을 잡지 못하게 위해서였다. 총을 잡지 못하는 군인은 더 이상 전쟁에 참여할 수 없을 테고, 가족과 애인을 두고 죽지도 않을 것이다. 가족과 애인이 있는 사람을 쏘아서 거꾸러뜨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이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작가는 믿으라고 한다. 말로 전하기 어려운 ‘뿌넝숴’를 그래도 말해야 하는 게 작가에게 주어진 본분이자 천형일 것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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