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앨리스, 지식을 탐하다

톰소여와허크 2010. 9. 23. 23:10

루이스 캐럴(원작) 이남석(풀어씀), 『앨리스, 지식을 탐하다』, 도서출판 옥당


- 일상이 고단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때 딴 세상에 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일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 지금의 현실을 못 견디게 할 때도 딴 세상으로 스며들고 싶을 것이다. 현실 밖, 딴 세상으로 가는 차표는 상상력이다.

  딴 세상으로 가는 길의 모양과 방법은 제각각이겠다. 배를 띄우거나 새를 타고 모험의 세계로 떠나기도 하고, 나무속이나 베개 속의 나라로 들어가기도 한다. 앨리스는 토끼 굴을 지나 이상한 나라를 체험한다. 앨리스는 약물이나 버섯을 먹으면서 수시로 키를 키우거나 작게 한다. 이상한 나라에는 말을 하는 고양이와 토끼가 있고, ‘목을 쳐라’는 말을 끝없이 해대는 하트 여왕이 등장한다.

  옮긴이는 원작에서 생각할 거리를 따로 떼어내어 소개한다. 예컨대, 앨리스가 체험한 세상이 시뮬라크르일 수 있음을 인용하는 구절이 있다. 현실 자체가 복제물일 수 있지만 이를 한 번 더, 혹은 여러번 복제하는 세상이  그것이다.

  위조된 현실이 오히려 현실다울 때가 있고, 현실의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시뮬라크르는 더 나는 현실을 만드는 장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