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http://cafe.daum.net/kanggane7 진주목걸이님
대추나무 꽃/ 이동훈
낮은 슬레이트 지붕 단칸방에
북적거리는 남매를 할매가 다 안았다.
겉으로 늙고 속으로 정정한 대추나무를 닮아
할매는 어지간히 억척이었다.
시장 바닥을 훑어온 배춧잎과 시래기로
된장국을 무시로 끓였지만
가난에 대해서,
배곯지 않고도 생기는 허기에 대해서
아무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대추나무 그늘진 평상에
할매 곁으로 쪼르르 파고드는 날엔
물기 마르는 빨래처럼 금세 서늘해졌고
의기소침하거나 겉도는 날엔
손바닥으로 등짝을 아프게 맞기도 했다.
그런 할매도 참으로 늙기 시작했다.
오줌 마려워 깨어난 어느 새벽
문기둥 잡고 숨 고르던 할매를 보았다.
끝끝내 병원 한 번 가지 않은 할매
대추씨처럼 맵차 보여도
속정은 대춧빛보다 고와서
나누고 나누어도 다할 것 같지 않더니
지나는 손을 잡고 밥 먹고 가랬단다.
그게 유언이 되었다고
할매 발치에 엎어져 아부지는 엉엉 울었다.
무춤하니 견디다가 보았다.할매의 쭈글쭈글한 손을
대추나무 쩍쩍 갈라진 아픔을 보았다.
할매는 한 그루 대추나무였다.
피는 듯 마는 듯 지나버린
대추나무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