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악양 들의 부부 소나무/ 정윤천

톰소여와허크 2011. 5. 20. 18:50

 

사진 출처:http://blog.daum.net/bauerjang/

악양 들의 부부 소나무/ 정윤천


전라북도

정읍쯤의 변두리께에 사는

산내면 하고 또 산외면 두 마을의 이름이

오늘은 어쩐 일로 먼 동네 들판 가운데 손잡고 나와

악양 들의 소나무 두 그루로 변복하고 서 있다 그래도 사람들이

다 알아보고서

산외면을 지나서

산내면 갈 때처럼

산내면 돌아서서

산외면 들 때처럼


이쁘다

차암, 그런다

멈추어 섰다가 간다

산내마냥 산외마냥 눈에 넣고 나설 때

오래된

기억의

동구 앞에 쌍무지개 떴을 때처럼


-  『십만 년의 사랑』, 문학동네, 2011.


* 사진으로 보는 악양 들의 소나무 두 그루는 마주 보는 듯도 하고, 어깨를 나란히 하고 같은 데를 보는 듯도 하다. 서로 곁을 주고 짐짓 먼 데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야단스럽게 섞인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보면 머리를 맞댄 모습이기도 하다. 한눈에 부부를 연상케 하는 그림이다.

  악양 들은 최참판댁과 함께 소설 『토지』의 배경이기도 해서, 부부 소나무를 서희와 길상이 혹은 용이와 월선이의 분신으로 말하기도 한다. 가만히 나무 곁에 서 보면,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우듬지까지 사랑의 역경과 깊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지난 시절 인연이 있었던 산내면과 산외면을 악양에 와서 생각한다. 산내와 산외라는 이름에서 ‘내외’(부부)를 연상했을 법하다. 산내에서 산외로 가는 길, 산외에서 산내로 가는 길, 막하지 않고 넘나드는 길은 ‘차암’ 예쁘기도 했겠다. 내외간의 소통도 그럴 것이다. 일방적이 아니라 서로의 속내를 헤아리면서도 간섭하지 않고 지켜봐 주는 데 소통의 지혜가 있지 않을까.

  내외는 안과 밖이 따로 아니며, 내외는 안과 밖이 소통하는 사이임을 부부 소나무를 통해 배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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