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간월암 看月庵/ 임보

톰소여와허크 2011. 5. 15. 22:57

 

 

사진출처: http://kr.blog.yahoo.com/asungyun/ 

 

간월암 看月庵/ 임보

 

 

간월암 섬절을 물어물어 갔더니

바다가 미리 알고 물길을 열었네

마른 바다 모래 밟고 건너가 보니

절 문은 닫혀 있고 신우대만 으스스

무학舞鶴이 났다는 학돌재는 어디고

만공滿空이 깃들었던 선방은 어딘가

바다 막아 육지 만든 벽해상전碧海商田 가에

굴 파는 여인들만 옷깃을 잡는데

안개 속에 바다는 주저앉아 버리고

하늘엔 낮달도 보이지 않고

간월암 간월암 목탁 소리만

나그네 가슴속을 파고드누나

 

- 『눈부신 귀향』, 시와시학, 2011.

 

 

 

* 물때를 맞추어 간월암에 들었으나 간월암은 절 문을 닫고 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바다가 문이니 따로 절 문이 있어서 닫아 놓을 것 같지는 않지만 실제 그렇다면 절은 섬에 들어 갇히고 문을 닫아 또 한 번 갇힌 꼴이다.

  무학이 있을 때 절은 바깥을 향해 열려 있었을 것이고, 만공이 있을 때도 절은 안팎으로 열려 있었을 것이다. 이제 그들은 없는 사람이 되었다. 무학이 바라보았을 달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전설과 전설의 소문을 그리는 사람에게 상업화된 주변 풍경은 실망이다. 지금의 간월암이 기대에 못 미치는 가운데 닫힌 문(닫혀 있지 않다 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은 서운하고 쓸쓸하기까지 한 화자의 내면으로도 읽힌다.

  시인의 '간월암' 낭송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가슴속에서 나오는 육성으로 “가너람 가너람……”(간월암 간월암) 외면, 어떤 존재든 지향 여부를 떠나 조금씩 피안(간월암의 원래 이름이 ‘피안사’彼岸寺라고 한다)으로 기울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끝 간 데 모를 세월과 운명 앞에 간월암도 수도승도, 그대도 나도 점멸하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라는 깨달음이 전해 오는 것 같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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