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그곳에 자꾸만 가고 싶다, 다산북스, 2007.
사학자인 저자가 이 땅에 대한 애정으로 국토 구석구석을 답사하는 가운데 문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그간 인연이 있었던 시를 소개하고 자신의 감상을 덧붙였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는 신경림의 <갈대>를 읽으며 행상을 하던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떠올리기도 하고, “그는 탄식한다,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라는 기형도의 <여행자>를 읊조리며 길 위로 자신을 내던지는 삶을 생각하기도 한다.
‘임실읍까지 17킬로미터’라는 이정표를 만난 저자는 길에 대한 오롯한 기억 하나를 건져 내기도 한다. 그것은 행상 하는 어머니의 뒤를 따라 무거운 짐을 나누어들고 지나던, 부끄럽고 슬프고 아름다웠던 길에 대한 추억이었다.
이처럼 길은 과거의 모습을 슬쩍 비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현재형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이미 지난 길과 인연도 소중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길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현재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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