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 사도세자의 고백, (주)휴머니스트, 2004.
- 정사보다 야사, 야사보다 개인 수필이 실체적 진실에 가까울 때가 있다.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을 통해 사도세자가 죽음으로 내몰린 이유를 짐작해 보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저자는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 대한 의문을 갖고 세자가 당파에 의해 희생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혜경궁 홍씨가 남편 세자보다 아버지 홍봉한으로 대표되는 친정, 즉 노론 편에 섰다는 것이다(대신 아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조의 즉위 후에 아버지의 죽음을 사주한 노론에 대한 압박이 가해지자, 세자의 정신병과 영조의 광증을 언급하면서 노론으로 집중되는 추궁을 모면하고 친정을 보호하고자 했다는 거다.
영조는 노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경종을 독살했다는 설을 아킬레스건으로 가지고 왕이 되었다. 탕평을 내세워 소론에게도 출사의 기회를 주었으나, 이인좌의 난 등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사건에서는 탕평을 깨고 노론으로 돌아섰다. 여기에 사도세자는 영조와 노론의 뜻을 따르지 않고 소론에게 우호적이었기에 노론 입장에서 사도세자는 반드시 제거해야 할 정적이었다. 대대로 권력을 이어가려는 노론과 지금의 권력을 놓고 싶지 않은 영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아내와 아내의 친정으로부터도 멀어진 데서 사도세자의 불운이 있었다는 게 이 책의 입장이다.
당과 당이 경쟁하고, 왕권과 신권이 대결하는 양상은 지금도 다르지 않다. 누구를 위한 경쟁이고 대결이냐를 따져 보면, 그것이 생산적인 일인지 그렇지 않은 일인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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