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장자

톰소여와허크 2011. 11. 7. 16:50

오강남 풀이, 장자, (주) 현암사


- 장자를 읽으면, 지금 생각하는 상식이 더 큰 차원에서 생각하면 비상식이 되기도 하고, 비상식이라고 여기는 것이 상식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선과 악의 이분법,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을 논하는 방식이 잘못된 상식에 기초하고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함을 장자로부터 배운다.

  대목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가죽나무가 도끼를 피한 것을 두고 <쓸모없다고 괴로워하거나 슬퍼할 것이 없지 않은가?>라는 장자의 말을 소개하고 부연하기를 “우리 머리 속에 이미 형성된 ‘쓸모’로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물 자체에서 쓸모를 찾아내야 한다”고 했다. 저자는 ‘쓸모없음’ 자체가 목표일 수는 없다고 보는데, “하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그런 ‘함이 없는 함’을 통해 안 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무위(無爲)의 사람”을 장자가 추구하는 인물됨의 요체로 보는 듯하다.

  쓸모가 없어서 살아남은 나무와 쓸모가 없어서 죽은 거위에 대해서 장자에게 묻자, 장자가 그저 웃고 말을 아껴 여운을 남겼다고 한다. 저자는 그 여운을 “쓸모 있고 없고를 떠나 허심, 무심의 경지, 집착이 없이 자유로운 경지”로 받아들였다. 내 쓸모에 대한 생각과 함께, 쓸모에 대한 집착까지 헤아려야 하니 퍽이나 어려운 숙제를 안은 기분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