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규홍, <옛집의 향기, 나무>, 들녘, 2007.
- 친하다는 것은 서로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주는 사이끼리 쓸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저자는 나무와 친한 사이다. 하루 종일 싫증내지 않고 나무의 이야기를 듣는 귀를 가졌다.
면앙정에 와서 송순이 굴참나무를 정자 주변에 심은 이유를 짐작해 보고, 십여 년 전 굴참나무 아래의 아들은 훌쩍 컸지만 같은 기간 나무의 변화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겠다며 부끄러운 감정에 빠지기도 한다.
합천 호연정에 와서는 휘어진 자연 그대로의 나무로 정자를 지은 것을 두고 옛주인의 반골 기질을 연상하고, 이 정자와 은행나무가 비범과 평범으로 잘 어울렸다고 말한다. 해인사 가는 길에 확인해 볼 일이다.
주막과 주모를 지키듯 당당하게 서 있는 삼강리 회화나무는 주모가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과 함께 쓸쓸한 기운이 도는 나무가 되었다는데, 그 곳 풍경도 자못 궁금해진다.
멘토가 많은 사람이 세상을 폭넓게 배운다는데, 항상 찾으면 그 자리에 있는 멘토로 나무 한 그루 모시는 것도 괜찮지 싶다.(이동훈)
11년 늦가을, 밀양 어변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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