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야(1746∼1828), 옷을 입은 마야, 1801년
엉덩이에 대한 명상/ 이동훈
엉덩이 든직한 짝에게, 엉덩이 조선 반만 하다고, 주워들은 걸 철없이 써먹다가 귀싸대기 얻어맞았지. 엉덩이가 얼굴보다 예민한 줄 몰랐던 거지.
엉덩이 까고 팬티 갈아입는 옆집 누나를, 숨어 보다 숨 막힌 적 있지. 허연 속살이 꿈으로 와 이부자리를 지리면서, 벌거벗은 마야의 보이지 않는 엉덩이까지 눈부셔 하던 적 있지.
엉덩이 쫓다가 덜컥 식구 만들고, 엉덩이 붙일 데 없는 실업으로 뒷목 잡은 적 있지. 매품으로 엉덩이 떡칠하려는 흥부 마음도 슬며시 잡히는 거지.
엉덩이 예쁜 세 살에게, 엉덩이 반쪽은 아빠 거라고 했다가 홰치는 소리를 들었지. 어린것도 엉덩이에 대한 자존이 있다는 거지.
엉덩이 뿔날 일은 몰라도 엉덩이 금갈 일은 있다는 거, 엉덩방아 찧고 엉엉 운다면, 아직은 잡아줄 누가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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