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영암사지에서

톰소여와허크 2012. 8. 4. 13:56

 

 

 영암사지에서 / 이동훈


연암은 요동 벌판에 가
한바탕 울어 볼 만한 터라고 했다는데
영암사지* 금당 터 돌계단은
한눈에 기다림의 장소인 줄 알겠어요.
턱을 괴고 오래오래 있자니
별날 것도 빠질 곳도 없는 풍경에 시력이 살아나요.
쌍사자 석등에서 삼층석탑까지
서로 바라보되 웬만치 떨어진 거리에
경사 따라 살짝 갸운 마음이
지붕돌 위 구름 한 장으로 떠다녀요.
가릉빈가의 날갯짓으로
햇살 부서지면 전설은 다시 깨어나죠.
새소리 부려 놓은
금당 터 돌계단에 앉아
기다림도 눈부실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화사석에 달이 들 때
무지개 계단 밟고 올 이를 위하여
세월없이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더 기다리고 싶은 거지요.


* 경남 합천군 가회면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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