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

톰소여와허크 2013. 10. 3. 08:18

니코스 카잔차키스(이윤기 역), 『그리스인 조르바』, 열린책들.

 

- 소설 속 ‘나’와 ‘조르바’는 꽤나 다르지만 서로를 깊이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나’는 영원을 믿고,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것(국가, 하느님, 붓다 등)으로부터 영원을 발견하기를 희망하며 책 읽기를 통해 자신의 꿈을 완성해 가려 한다. 반면에 조르바는 이성보다는 순간의 감성에 따르고자 하며 책보다는 행동을 통해서 자신을 시험하고 자기식으로 앎을 키워 나가는 인물이다. 사색을 통해서 얻는 지식이 소중한 이상으로 직접 부딪쳐서 얻는 경험도 그러할 것인데 서로의 모자란 점을 채우고 서로를 깨우치는 둘의 우정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일생을 모험에 살고, 조국이나 전쟁보다는 생명을 위하는 계기를 가졌으며 신과 악마를 동격으로 보는 소신의 소유자, 조르바라는 인물이 매력적으로 와 닿는다. 전직 접대부인 부불리나와의 연애와 그녀의 임종을 지키는 모습에서 조르바의 참된 매력은 인간애라는 생각도 든다. 자기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나’가 ‘과부’와의 결합을 삶의 희열을 느끼는 장면이나 그 과부가 동네 사람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되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 입장으로서 삶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하는 기분이었다.

  두 주인공과 그들의 생각과 그들이 엮는 사건 속으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오묘하면서도 모순투성이인 인간이란 존재 그 자체와 부조리하고 폭력적이기도 한 인간 사회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