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성, 『한국 근대미술의 천채 화가 이인성』, 아트북스, 2006.
2012년 대구미술관에서 있었던 이인성 백주년 기념전에서 비교적 규모가 컸던 ‘사과나무’(1942)와 ‘해당화’(1944)를 한참 봤던 기억이 난다.
‘사과나무’는 1972년까지 대구 명덕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탁을 받아 갔다가 작년 전시회를 계기로 명덕초등학교를 거쳐 대구미술관에 기증되었다고 하니, 대구가 낳은 천재 화가의 그림 중 최소 한 점은 대구 소유인 셈이다. 두서 점을 더 얻어 - 아니면 괜찮은 도록이라도 비치하여 - 커다란 미술관의 두어 평이라도 빌려 이인성 방이라고 정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사과나무’는 안동의 처가 과수원이 배경이었다고 한다. “따뜻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채 역시 그림을 풍요롭게 한다”고 했으나, 동시에 “향토적인 소재는 더 이상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사과나무’는 풍요롭기만 한 것도 아니고, 평화롭고도 아늑한 느낌만도 아닌데 아마 여백이 없는 공간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 아닌가 싶다. 어쨌든 오래 머물고 싶은 그림이다.
이인성은 최고 화가의 명성을 누렸으나 이후 아내의 죽음과 재혼, 아내의 가출이 이은 또 한 번의 결혼, 전쟁과 비운의 죽음까지 짧은 시간 안에 굴곡이 많은 인생을 산다. 이인성의 ‘모자를 쓴 자화상’(1950)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죽음이라도 예감한 듯 애써 얼굴을 돌리고, 눈을 아래로 향한 그의 얼굴에선 고집스런 예술가의 모습이 느껴진다. 무거운 색채, 나뭇결이 그대로 드러나는 독특한 질감 역시 마지막 그의 모습처럼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이동훈)
모자를 쓴 자화상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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