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절집 나무

톰소여와허크 2013. 12. 12. 22:57

 

고규홍, 『절집 나무』, 도서출판 들녘

 

- 절집 풍경은 여러 요소가 어울려 완성된다. 숲과 길, 건물과 공간, 탑과 부도, 그곳의 역사와 전설, 인연 있는 사람들의 행적과 사연들이 두루 관련되면서 풍경의 멋을 더한다.

  여기에 또 하나 더해서 절집 주변의 오래된 나무를 살피는 것도 절집 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미 있는 일임을 생각한다.

  저자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절집을 다니며 여러 나무들과 인사를 나누었던 것처럼 나도 언젠가는 예의 나무들을 차례로 만나게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괴산의 각연사 편을 펼쳤더니, 마당 한 쪽에 있는 꽃사과나무가 먼저 인사한다. 대웅전 지나 비로전 가는 길에 오얏나무(자두나무)가 있다. 매화가 지고 없는 사월, 잎보다 먼저 피는 하얀 꽃이 그렇게 예쁠 거라는데 때를 잘 맞추어 만날 것을 생각한다. 비로전 앞의 보리수나무까지 보게 된다면 크게 서운할 일은 없겠다. 깨달음을 나타내는 보리수나무는 실제로는 피나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안 은수사의 청실배나무, 순천 선암사의 매화나무(선암매), 강진 백련사의 푸조나무, 경주 기림사의 반송이나 보리수나무 등을 기억하라고 메모해 두었으니 어떤 인연으로든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동훈)

 

2013년 여름 개심사 명부전 앞 벚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