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 아래층 / 이동훈
예술한다는 부부가 아래층에 이사 왔다. 예술하니 예민해서 그런가, 위에서 너무 쿵쿵댄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까탈진 전화가 시시로 오면서 예술 안 하는 우리 부부도 덩달아 예민해졌다. 말소리든 문소리든 발소리든 소리 나는 것은 다 켕겼다. 더는 안 되겠다며, 어린것을 요조숙녀로 키울 순 없다며, 아내는 아래층 요구에 모르쇠 놓기로 작정했고, 깩소리 할 주변도 없는 나는, 예술은 빌어먹을 예술이냐며 한마디 거드는 것은 잊지 않았다. 층층이 모질고 면면이 달갑잖아서인지, 예술이 안 되어서 그런지 아래층 부부는 짐을 부려 나갔고, 위층의 우린 예술 안 하는 사람만 기다리고 있다. - 위층에서
지옥에서 보낸 한 철*이었다. 그림 좀 그려보겠다고, 딸 좀 공부시키겠다고 조용한 외곽을 택해 온 것이 악마의 한 수가 되었다. 화폭에 붓이 지날 때 위층 아이들의 발도 같이 놀더니 어떤 때는 쾅 소리에 덧칠한 그림물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딸이 귀마개까지 쓰는 걸 보고, 위층에 전화 넣고 쪽지 붙이고 몇 번이나 사정사정했지만 그때그때 건성으로 응할 뿐이었다. 아이 안 키워봤냐고, 위층 부부가 다짜고짜 싫은 내색이면 물렁한 남편은 그저 아연해하다가 애꿎은 그림만 쭉쭉 그어대는 것이다. 결국, 전세를 빼고 이사 비용을 날렸지만 위층 없는(하늘만 위층인) 삶이 천당인 줄 안다. - 아래층에서
* 랭보 시집 제목
* 졸시는 <위층에서>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바 있지만, 뒤늦게 아래층 입장을 더해서 형식적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우리시’(2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