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몬, 『철학 브런치』, 부키, 2014.
브런치는 우리말로 아점(아침 겸 점심)이나 참이 되겠다. 철학 브런치는 철학을 참 먹듯이 일상적으로 하되, 정식을 준비하고 먹는 것과는 다르게,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조금은 가볍게 하라는 뜻이 있을 줄 안다.
저자는 첫 번째 브런치 타임으로 소크라테스를 제시한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플라톤의 『변명』에, 배심원의 판결을 앞둔 소크라테스가 “성찰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저자는 상당히 인상적인 대목으로 소개한다. 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천천히 소화시키면서 외우고 싶은 문장이다.
브런치 중에서도 큰 덩어리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니체다. “나는 깨닫기 위해 사는 자를, 장차 초인이 살 수 있도록 깨닫기를 추구하는 자를 사랑한다. 이렇게 하여 그는 그 스스로 몰락하려 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는 자기 자신보다 초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것에 의문을 갖는다. 그렇지만, 초인을 전제하지 않고 인용글을 다시 읽는다면, 성찰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는 소크라테스의 말과 바로 직결되기도 한다.
아침과 점심을 브런치가 있어 허기를 달래고 쉬어 가듯이 때때로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자신의 영혼을 더 살찌게 할 것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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