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벽송사 도인송
고규홍, 『슈베르트와 나무』, ㈜휴머니스트, 2016.
-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 씨와 시각 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김예지 씨가 함께 나무를 느끼고, 그 감각을 김예지 씨가 슈베르트 곡에 가져와 연주하는 동안, 고규홍 씨은 선율에 어울리는 나무 영상을 하나씩 보여주는 공연이 있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소개한 글이다.
저자는 나무를 시각 말고 다른 것으로 체험할 수 없는 건지, 있다면 어디까지 가능한지 알고 싶었기에 이 프로젝트를 진행시켰고, 나무를 장애물 정도로만 여기던 피아니스트는 나무와의 만남 횟수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변화를 보인다. 숙명여대의 낙우송과 백송으로 시작된 만남은 시골집과 천리포수목원을 오가며 이어진다. 그 과정에 김예지 씨는 반향정위(소리를 내서 그 소리가 어딘가 부딪쳐 돌아오는 것으로 대상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 대신 나무 그늘로 나무의 크기를 재는 자신만의 방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괴산 오가리 느티나무에 와서는 축소 모형과 사진을 색종이로 오려내고 붙이는 방법으로 나무를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옥수수 연구로 유전자의 자리바꿈 현상을 발견한 매클린톡의 결실은 남들과 다르게 옥수수를 마음의 눈으로 보았기 때문이지만 주위에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인색했음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김예지 씨의 경우도 사물을 인식하고 수용하는 게 다를 수 있고, 프로젝트 중 임종한 아버지도 그럴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 “다르다는 것,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며 평범한 아버지가 아닌, 그래서 소원한 관계에 있었던 자신의 아버지와 화해하는 순간을 맞이하기도 한다.
시각과 청각 혹은 나무와 사진과 음악이 제 갈 길을 가며 또한 어우러지기도 하는 그런 연주를 책에서 들었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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