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양철북

톰소여와허크 2016. 5. 29. 12:39


이산하, 『양철북』, (주)시공사, 2003.


   제주 4.3 운동을 다룬, 장시 ‘한라산’으로 필화사건을 겪은 이산하의 성장소설이다. 제목이 양철북인 것은 귄터 그라스의 동명 소설에 취할 부분이 있어서 일 것이다. 오스카가 북을 두드리는 것을 두고, “그 북이 ‘데미안’의 알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데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알은 하나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구절로 기억되는 데미안의 내용이 소설 양철북에 깊이 스며 있는 것이다. 철북이는 외할머니가 스님으로 있는 수국사에서 자신의 알을 깨우는 데 영향을 주는 스님을 만난다. 스님을 따라 운문사와 불귀암, 상원사 등을 동행하면서 이전의 껍질을 깨거나, 깨려는 마음을 내거나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고민한다. 이는 스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스님은 혈서로 화엄경을 필사하는 것으로 마음공부를 하려 하고, 철북이는 작가의 길에 서 있다.

   내면으로 깊이 파고들거나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려고 애쓰는 일들이 하나같이 북을 두드리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알은 언제든 나를 둘러싸고 있으니 그걸 의식하고, 애써 깨려는 행위가 개인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유익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나저나 소설 배경이 된 경산 수국사는 어디쯤 있는 절이었을까.(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