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김혜신 역), 『디아스포라 기행』, 돌베개, 2006.
- 추방당한 자의 시선이란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재일조선인 2세가 일본에서 온전히 뿌리내리지 못하고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서도 수용되지 못한 채- 그의 형 서승, 서준식 형제는은 한국에 유학 왔다가 간첩 사건에 연루되어 20년 가까이 투옥되기도 했다 - 체제의 바깥에 있으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서 방황하는 시절의 기록이다. 재일조선인을 포함한 모든 디아스포라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피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프란츠 파농의 책으로부터 자신에게로 온 것임도 밝혀 두며, 디아스포라의 양산이 타자를 부정하고 피지배계층을 절박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식민주의에도 상당한 요인이 있음을 제시한다.
저자는 디아스포라의 예술에 더 각별한 관심을 가진다. 재일조선인으로 살다가 북조선으로 귀국한 뒤 소식불명인 조양규 작가, 조선인인 것을 뒤늦게 밝힌 문승근과 그렇게 하도록 조언한 이우환 작가의 이야기도 있다. 특히, 문승근 작가의 둥근 <활자구>를 소개하면서,“외적인 힘에 의해 마음대로 굴려지는 존재. 구르면서 흔적을 남기는 존재. 그것은 디아스포라적 삶을 암시하는 은유”이기도 함을 생각한다.
나치 시절의 유대인도 디아스포라다. 펠릭스 누스바움은 <유대인증명서를 들고 있는 자화상>에 나오는 불안한 초상의 주인공이다. 그림 속 인물에 대해서 저자는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빼앗기고 절체절명의 벽 앞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마지막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누스바움이나, 나치에게 책이 불 태워지고 전쟁을 피해 다니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슈테판 츠바이크 같은 인물을 두고, 추방당하거나 경계에 선 디아스포라로 소개하기도 한다.
책을 덮으며 질문 하나 남겨 둔다. 증명서를 들고 생을 구걸해야 하는 폭력의 시대는 이제, 끝이 났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끝이 나긴 나는가?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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