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둥글이의 유랑 투쟁기』, 한티재, 2014.
법이나 상식에 기대지 않고 권력에 편승해 공권력을 남용하는 걸 저자는 참지 못한다. 경찰, 검찰, 법원, 선관위까지 저자의 개 사료를 피하지 못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을 뿌린 혐의로 8개월 구속 수감 끝에 항소심에서 전단지 관련 부분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저자는 공안몰이와 과잉수사에 항의하며 경찰서에 개 사료를 안기더니, 최근에 뇌물 혐의로 구속되었던 재벌 사장을 피해자로 간주한 서울고법에도 개 사료를 안겼다. 권력을 떠받드는 사람에게도, 권력에 주눅 들어 사는 사람에게도, 무엇보다 권력 기관 자체에 주는 충격이 적잖아 보인다. 이 싸움이 행세하는 집단 대 고분고분하지 않은 개인의 싸움이라면 떳떳한 자가 이기면 될 것이다.
막연히 개 사료의 주인공으로 알든 박성수 씨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유랑 투쟁기를 따라 읽었다. 저자는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입으로만 하지 않고 몸소 전국을 유랑하면서 알리기로 작정한다. 주로 초등학교를 돌면서 전단지를 돌리는데 그 내용은 생태 위기에 대한 경각심, 더 나은 지구 공동체를 위한 실천 방안 등이다. 2006년부터 해오는 일이다. 책의 전반부는 무거운 배낭과 행군으로 인한 고통, 숙식 해결의 어려움, 아이들과 소통하는 문제 등등을 유머러스하게 소개해서, 힘든 일에도 낭만과 여유를 느끼게 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텐트 치기 제일 좋은 곳은 공중화장실이다. 학교든 교회든 어디든 쫓겨나기 일쑤지만 공중화장실만큼은 차별과 억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주거하거나 점유하는 실 평수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야 한다는 점을 예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짓궂은 아이들의 말장난에 대해선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아이들과의 크고 작은 감정의 충돌 순간, 녀석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아이들은 물론 내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저자는 환경운동 중에도 짬을 내어 시민운동에 힘을 보탠다. 재벌 위주의 정책으로 사회 불평등을 조장한 뒤 소외계층에 대해 동정하듯 도울 게 아니라, 예산을 확보해서 실질적으로 도와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가만히 있으며, 저소득층 난방비 지원 500억 원을 삭감하기도 하니, 목소리를 내고 싸우는 일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세월호 진상 규명에 대해 집요하게 방해하는 세력에 대해, 숱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몇몇 재벌과 이권을 나누며 밀어붙인 4대강 사업에 대해, 갯벌과 바다의 가치를 무시한 새만금사업에 대해서, 안전보다 돈을 택한 핵발전소 운영과 전기를 실어 나르기 위해 강제하는 송전탑 공사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멈추지 않는다. 이런 일들은 기득권의 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지만 동시에 “필요 이상의 편리와 그보다 더 큰 풍요를 갈구하는” 대중의 욕망도 이를 부추겼음을 간과하지 않는다.
저자는 화단에서 경계 밖으로 떨어져 나온 풀꽃 하나가 전체 화단을 자연에 더 가깝게, 더 건강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저자 박성수 씨로 인해 공동체의 상식을 돌아보게 된다. 특권 대신 상식이,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실력행사 대신 수평적인 관계와 소통이 이루어져 개 사료 던질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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