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내가 준 사랑은 얼마큼 자랐을까

톰소여와허크 2018. 3. 11. 19:59





배철호, 『내가 준 사랑은 얼마큼 자랐을까』, 책과나무, 2017.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랑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현직 교사의 글이다. 이 책은 그런 배움의 과정에서 있었던 유의미한 일이나 값진 깨달음을 나누려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 중, 스승과 제자와의 각별한 인연이 인상 깊다. 먼저, 서울에서 우연히 만난 S선생님이다. 교통지도 봉사를 하며, 무단 횡단하는 젊은 친구를 꾸중하는 선생님이 지방의 고등학교 시절, 문예반을 지도해주신 은사님이어서 그날 늦게까지 소주잔을 기울였단다. “당시 고등학교 시절 어느 가을비 오는 날, 수업하시다 말고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시면서 맨몸으로 비를 맞는 저 느티나무 교목의 의연함, 생명의 마지막까지 인생의 마지막 계절까지 남아 있는 나뭇잎의 오기를 너희들 것으로 하라던 선생님, 판․검사, 의사가 되고 그 어떤 지위와 자리에 올라가더라도 시를 읽고 소설을 읽어야만 삶과 인생을 제대로 알 수 있다며 모든 출발점은 ‘문학’이라고 강조하시던 선생님”으로 저자는 S선생님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저자가 지금처럼 글을 쓰고 사는 밑천이나 자양분이 S선생님으로부터 왔다고 했으니, 저자뿐만 아니라 S선생님에게도 흐뭇한 정경이 아닐 수 없다.

저자와 제자 Y의 이야기는 좀 더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저자가 교직 15년 되던 해 만난 Y는 지독한 말썽꾼이었다. 지각, 싸움, 욕, 대들기가 주특기인 Y를 담임선생님인 저자는 이해하려는 마음을 작정해서 낸다. 자살까지 시도한 제자를 Y의 부모와 아내의 이해를 구하고 자신의 집에서 보름 동안 같이 지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반 친구들이 같이 어울릴 기회도 조심스레 만들어준다. Y는 달라졌고 무사히 졸업했다. 이후 저자는 Y의 결혼 주례까지 맡는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매일 배워 나가는 사람이다. 그들을 통해 인생을, 삶을 배운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가. 지금은 적지 않은 교직 경력이 점차 쌓이면서 아이들의 침묵과 반항은 상대가 알아주길 원한다는 신호이며, 알아줬을 때 치료와 치유가 이루어짐도 배웠다”고 저자는 말한다.

똑같은 일도 누구에겐 두통거리가 되고, 다른 누구에겐 짬을 내서 하면 되는 일이 되고, 또 다른 누구에겐 마음을 내서 하는 일이 된다. 사람을 대하는 일도 그럴 것인데, 마음을 내는 길을 엿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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