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선비가 사랑한 나무

톰소여와허크 2018. 4. 22. 01:50


강판권, 『선비가 사랑한 나무』,한겨레출판,2014.


- 저자는 나무와 인문학을 연결시켜 글쓰기를 하고, 책으로 엮기를 부지런히 한다.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먼저, 삼은정의 회양목이다. 삼은정은 홍문관 교리를 지낸 이명구가 갑신정변 이후 고향 밀양으로 돌아와서 지은 정자의 당호다. 삼은(三隱)은 은일(隱逸)의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으며 동시에, 술, 낚시, 땔감을 염두에 둔 표현이란다. 고기잡이하고, 나무하는 소박한 생활에 그러면서 술 한잔 하는 여유를 지향한 삶이다.

   삼은정에서는 삼나무, 편백나무, 금송을 볼 수 있다. 저자가 주목하는 나무는 이명구가 이웃 서고정사에서 받은 회양목이다. 1년에 3센치밖에 자라지 않는데, 삼은정의 회양목은 늘씬하게 자랐다고 하니 가서 키를 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회양목은 단단한 재질 때문에 선비들이 자신의 글과 그림에 찍는 도장으로 즐겨 사용되기에 아예 도장나무라고도 부른다. 저자는 “회양목의 곧은 성질은 곧 이 나무의 성실한 삶을 반영한다”고도 했다. 사실, 나무는 곧지 않을 수는 있어도 성실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어렵긴 할 것이다.

   저자는 공자의 인(仁)과 관련이 깊은 나무로 행단(杏亶)의 살구나무를 소개하고, 경(敬)과 관련이 깊은 나무로 은행나무를 든다. 경은 신에게 절하는 모습 곧, 공경하는 자세다. 소수서원엔 500살 정도 된 은행나무가 두 그루나 있는데, 한 자리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 본성을 잃지 않고 사는 자세에서 경을 실천하는 삶을 배우게 된다. 저자는 은행나무처럼 살고 싶어도 사사로운 욕망으로 그르치기 쉬우니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을 말한다.

  세상에 선비만 사는 게 아니고, 한 자리에 박혀서 수도하는 삶의 고적함을 즐겨 따르고 싶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거란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무를 우러러보는 마음이 작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무에 끌리는 마음이 있다. 혹, 그런 마음이 생기는 것이 큰 나무에 조정당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살짝 해본다. 물론, 나무에게 조정당한다 하더라도 그리 해로울 일은 없어 보인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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