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새는 고향이다』,노벨미디어,2011.
김원일의 『도요새에 관한 명상』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새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중금속에 오염된 폐수와 그 폐수 속에 살고 있는 먹이가 도요새의 새로운 적으로 부상되었다. 자유로운 삶의 터를 찾아 고통의 길고 긴 도정 중에 나는 그렇게 낙오되는 도요새가 아닐까.”라는 부분이 그렇다. 환경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자유로운 삶에 대한 지향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장면도 같이 연상된다. 소설 내용과 별개로 작가가 글을 쓰는 동안 새를 깊이 이해하고 들여다보려고 애를 썼을 거란 생각이 든다.
소설을 통해서 동진강(동진강은 정읍을 지나는 강이 아니라 가상으로 지어낸 강 이름에 가까워 보임. 공단 조성과 관련지어 울산 태화강을 떠올리기도 함)의 흰목물떼새나 도요새를 그려보았다면, 저자의 『새는 고향이다』를 통해 낙동강과 금호강을 중심으로 한 흑두루미, 고니, 후투티, 물총새, 황조롱이 등등의 새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을 수 있다. 이 책은 조류 도감을 넘어서서 신문기자로서의 고투가 느껴진다. 지역을 탐방하며 기사를 쓰는 중에도 새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사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했고 동시에 관련 공부를 축적해온 결실이다. 앞의 소설에도 나오는 도요새에 대해서는 만날 기회가 적어서인지 짧게 언급되어 있으나, 지역의 흰목물떼새에 대해선 만남의 과정부터 밝혀 적는다. “흰목물떼새를 처음 본 것은 2009년이 저물어가던 11월 하순, 신천 동신교 아래 자갈밭이었다. 흰뺨검둥오리를 촬영하러 갔다가 하얀 목에 검은 띠를 두른 앙증맞은 새가 꼼짝도 않고 돌 위에 서 있기에 ‘참 귀여운 녀석’”으로 생각했다는 거다. 뒤를 이어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리를 다친 척하며 침입자를 유인하는 모성애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인다.
평소 궁금증이 컸던 소쩍새와 두견이가 같은 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여러 책을 인용하고 쓰임을 밝혀서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소쩍새는 부엉이와 같은 올빼밋과의 새이고 두견이는 뻐꾸기와 같은 두견과의 새임을 전제하며, 이 둘이 뒤섞여 사용된 사례를 따져서 공부한 뒤, “‘귀촉도’ 역시 소쩍새를 음차 한 한자고, ‘주걱새’ 역시 죽음과 한을 의미하는 소쩍새의 별칭이다. 소쩍새를 북한에서는 무엇으로 부를까? 평안도 출신의 김소월의 시 ‘접동새’에서 보듯 북한에서는 소쩍새를 접동새로 부른다”며 눈을 틔워 준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선 접동새를 ‘두견의 방언(경남)’으로 보는 데다 다른 의견도 있으니 좀더 공부해 보아야겠다.
군집성이 강하고 비행기에 부딪혀서 비행기 추락 사고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하는 찌르레기에 대해선, 찌르르륵, 찌르르륵 울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단다. 특히 북방쇠찌르레기는 남북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새라는데, 조류학자인 원홍구 원병오 부자 이야기는 한 편의 소설 그대로다. 책엔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어 관련 글( http://www.culppy.org/b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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