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결국 이기는 힘

톰소여와허크 2018. 10. 16. 04:04


이지훈, 결국 이기는 힘, 21세기북스, 2018

 

 

크게 이기고 싶은 마음을 애써 갖고 싶지 않은 편이라서 이기는 힘이란 제목이 살짝 불편하긴 했지만 손에 잡힌 책을 내처 읽었다.

내용은 영웅의 여정을 따라가며 영웅이 직면한 난관을 어떻게 뚫고 성공하게 되는지를 단계별로 짚어본 것인데, 잡지 편집자로 인터뷰했던 사람들의 생각과 자신이 읽었던 책 이야기를 풍성하게 들려준다.

몇몇 장면을 메모해 두면서, 영웅은 아니더라도 그 여정을 따라가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은 아무려나, 저자가 삽화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어서 그런 것일 테다. 먼저, <소명>에 답하는 것으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소명의 발견은 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알아야 한다. 무슨 일을 하느냐 이전에 왜 그 일을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중요하다. 기성 체계에 대한 반란가로 르 코르뷔지를 소개하며, 그의 일들이 사람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했음을 말한다. “내가 스스로에게 부여한 의무와 연구 과제는 사람들을 불행과 재난으로부터 막아주고 그들에게 행복과 일상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것입니다라는 말은 코르뷔지의 소명의식을 잘 보여준다. 만약, 코르뷔지가 지금 가난한 사람은 꿈도 꾸지 못하는 도심의 고층아파트를 보았다면 콘크리트 공동주택의 창시자로서 이전 작업을 뒤집고 또 다른 설계를 고심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영웅의 여정, 다음 단계는 <거부>, <멘토>, <통과>, <시련>, <승전보> 순이다. 관성과 상식을 버리고 도전과 완벽을 추구하는 삶, 질문과 연결과 융합과 소통을 통해 창조적인 성취를 이룬 다양한 사례들을 보여준다. 이다음으로 소개된 영웅의 <귀환> 편은 다른 성공 스토리와 구별되는 지점으로 좋게 읽힌다. 빛나는 영웅은 더 큰 사명에 눈 뜨며, “보물을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나누기 위해 다시 내려오는 신화 속 영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곳에 따로 있을 게 아니라 세상 속으로 내려가라는 것이다. 클라우드를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적대 관계의 애플과 합작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다시 일으킨 사티아 나델라의 말을 인용하면서, “누구나 강력한 기술을 쓸 수 있게 함으로써 기술을 민주화 한다는 철학이 오히려 사업에도 도움이 되었음을 내비친다.

저자는 자신이 회사 중역이라 하더라도 주어진 역할을 하되 그것이 우리 자신이 아니란 걸을 알아야 한다. 페르소나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힘, 그것이 벌거벗은 힘이라고도 했다. 그 벌거벗은 힘이 제품 경쟁력이기도 하단다. 저자는 가치가 가격보다 클수록 경쟁력을 갖는다는 윤석철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스티브 잡스가 픽사의 <토이 스토리>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의 인터뷰 내용(“이런 새로운 사업이 사람들에게 미래에 보다 큰 가치를 줄 것이기 때문에 그런 믿음 하에서 전력투구했고, 그 결과로 이런 큰 성공을 거두었다”)도 재인용한다.

 

마침 오늘 페북에서 읽었던 대중가수 아이유 기사도 생각난다. 2015년 소속사와 재계약할 때 계약금을 받지 않아도 좋으니 기존에 함께 일했던 스태프들을 전부 다 데려가고 월급도 인상해주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하니, 굳이 영웅의 귀환이란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인간다운 삶을 실천하는 거다. 책에서도 일리아스를 인용하며,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원수인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아들의 시체를 찾게 해달라는 호소에 아킬레우스와 프리아모스 모두 울었다는 얘기를 끝에 소개하고 있다. 상대의 입장이나 약자의 편에 서서 공감하는 능력의 필요를 말하는 것일 테다. 그러니 이기는 힘은 지는 쪽을 헤아리는 데서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끝으로, 책 후기에 있는 내용을 옮겨 적는다.

용기를 내어 모험을 떠나긴 했지만 언제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실패의 가능성도 늘 존재한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도전해보는 것, 그리하여 내 안의 경계를 허물고 나를 확장하는 것,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이동훈)

 

* 조제프 웬케, <아킬레우스 발아래 무릎을 꿇은 프리아모스>, 18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