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톰소여와허크 2018. 11. 10. 07:19
박성숙,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21세기북스, 2012.


독일을 실제 만나던 안 만나던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앞장에서는 그림 형제(야콥 그림과 빌헬름 그림) 동화와 관련된 이야기와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다. 하나우(프랑크푸르트 옆)에서 브레멘까지 600킬로미터가 관련 지역이다. 하나우는 그림 형제가 태어난 곳이고 독일 동화 거리의 수도로 불리는 카셀은 그림 형제가 도서관 사서로 일하기도 하면서 30년간 머무른 곳이다. 도서관에서 일할 때 동화를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림 형제 박물관도 이곳에 있다.

하멜른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무대다. 사내가 피리를 불면서 쥐를 사라지게 했지만 주민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자 사내가 골목골목 다니며 130명의 아이들을 따르게 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는 얘기다. “이 동화에는 독일인이 왜 신용을 그 어떤 것보다 중히 여기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시청 광장에 쥐 잡는 사나이 분수가 있고 1602-1603년에 지어진 라텐팽어하우스(쥐 잡는 사나이의 집)에 관련 볼거리가 있단다.

괴팅겐은 그림 형제가 대학교수로 초빙되어 일하던 곳이다. 하이네가 관장으로 있던 괴팅겐 대학은 4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탄생시킨 대학답게 “대학 도서관도 53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는 대형 도서관으로 명성이 높다”. 또, “그림 형제의 동화 속 주인공 겐제리젤은 괴팅겐에서는 세상에서 키스를 가장 많이 한 소녀로 유명하다”고 한다. 1901년 구시청사 앞에 세워진 겐제리절 동상을 두고, 축제나 학위 수여가 있을 때마다 이 소녀에게 키스하는 의식이 생기더니 키스 금지법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유주의 헌법을 폐지하자 괴팅겐 7인의 교수는 이에 저항하다가 파면되는데 그림 형제도 여기에 포함된다.

하나우에서 시작된 동화 거리는 브레멘에서 끝난다. 브레멘 시청 옆에는 당나귀 위의 개 그 위의 고양이 그 위의 닭을 새긴 조형물(1953년 게하트 마르크스 작)이 놓여 있다. 브레멘 시청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책엔 독일 사회와 시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도 소개하고 있다. 독일 사람은 “교회에 십일조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믿는 종교재단에 종교세를 낸다”. 그런데 신자가 줄어들면서 종교세가 줄어드니 자구책으로 교회를 매각하거나, 호텔이나 도서관으로 용도를 변경하거나, 실내 암벽등반장을 겸하게도 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생활체육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도 눈에 띈다. 인구 26만의 소도시 아헨을 예로 들어, 대규모 소규모 체육관이 150여 곳에 이르며, 모든 시설이 거의 무료로 운영되고 있단다. 체육관은 허름하고 초라해 보여도 그 안의 시설은 최신형으로 해서 쓴다. 단 “엘리트 스포츠 선수의 양성을 위해서는 야박하기 그지없다”는 촌평이다.

남독일에서 북독일까지 880Km 구간을 관통하는 라인 강의 뱃길을 위해 “19세기부터 물길을 직선화하고 강바닥을 파는 준설 공사를 했고 20세기에는 몇 개의 갑문을 세웠다”.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는 미미했고 생태계 파괴와 함께 반듯한 수로로 쏟아지는 물을 감당하지 못해 홍수가 범람하자 결국, 100년 전의 강으로 돌아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은 라인 강의 상류로부터 범람지와 습지를 되살리고 재자연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미 완성된 지역은 숲이 조성되고 사람들은 예전처럼 구불구불한 강변에서 독서를 하며 일광욕을 즐기거나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좌고우면하지 않는 추진력을 자랑했던 이전 정부의 사대강 사업이 생각나고 그 후유증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글의 마지막은 부패한 정권이 미디어를 점령하면서 잘못된 정보에 익숙해지는 민의에 대한 이야기다. 나치 시대도 이렇게 해서 지나온 거다. 독일은 그 아픈 경험에서 “교육을 통해 혹은 전 국민을 상대로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를 비판해야 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을 참아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저자가 만난 독일을 그림 동화로도 다시 만날 계획을 세워 본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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