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프랑켄슈타인

톰소여와허크 2019. 7. 6. 09:47




메리 셸리(구자언 역), 프랑켄슈타인(1818), 미르북컴퍼니, 2018.

 

 

메리는 철학자 고드윈의 딸이다. 여성의 권리 옹호를 쓰기도 했던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이 어머니였지만 곧 병사한다. 유부남이었던 퍼시 비시 셸리를 만나 사랑의 도피 행각을 떠났고 열아홉 여름휴가 때 프랑켄슈타인을 쓰기 시작했다. 퍼시 비시 셸리의 아내가 자살하자 두 사람은 정식으로 결혼한다. 메리가 20대가 되기 전의 일이다. 4남매를 두었으나 세 명은 일찍 죽었고, 그녀 나이 20대 중반이 채 안 되었을 때 남편 셸리도 익사하고 만다.

간단하게 살핀 메리 셸리의 약력이다. 박덕수 쌤의 도서목록에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와 메리 셸리의 책이 있는 걸 보다가 박홍규 교수가 꼽은 소설 중에 프랑켄슈타인이 있는 걸 떠올리고 늦게나마 책을 찾아 읽는다.

프랑켄슈타인은 사람 몸을 받은 괴물의 이름이 아니라 괴물체를 만든 창조주의 이름이다.(프랑켄슈타인의 천재적 능력으로 만들어진 괴물은 이름이 없다). 괴물이라고 했지만 요즘 치면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이다.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고, 빙하에 견디는 튼튼한 몸을 가지고 있고, 거기에다가 인간과의 차별성을 말할 때 흔히 언급하는 감정까지 가지고 있다. 메리 셸리는 상상력으로 자신의 시대로부터 이백 년 아니 훨씬 더 뒤에 올 세상을 내다본 셈이다. 이 괴물의 슬픔은 남에게 공포감을 주는 외모에 있다. (메리 셸리가 이후의 성형 기술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모양이다). 친구에게 기대고 연인을 얻어 사랑하고 주위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간과 전혀 다르지 않은데 괴물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 경우만 자꾸 생긴다. 자신이 등장하는 순간,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거나 몽둥이를 드니 원래의 선한 의지도 변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창조주로부터 동정을 얻지 못하고, 약속을 배신당하면서 악마의 속성을 드러낸다. 괴물에 의해서 동생, 친구에 이어 아내마저 살해당한 프랑켄슈타인은 복수를 다짐하며 북극 빙하로 괴물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며 자신의 결정을 뒤집는 모습을 보였으며, 괴물은 자신의 비운에 절망하면서도 남에게 고통을 주는 악덕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둘 다 격하면서도 불안정한 감정을 보여준다. 그런 감정과 행동이 이들의 삶을 파국으로 이끄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매사에 안정적이고 조화로운 인격으로 살 수 있다고 믿는 것도 난센스 일 것이다. 선의와 적의, 우연과 필연, 파고와 부침 속에 개개인에게 더 명료해지는 생각들이 있을 뿐이다. 거인은 나를 경멸하는 사람들을 내가 왜 존경해야 하나 말이야라고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명분을 주었고, 이와 반대로 프랑켄슈타인은 그놈이 불행하다고 해서 다른 이들도 비참하게 만든다면 죽어 마땅하오라며 괴물을 응징하려 한다.

프랑켄슈타인은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임종을 맞이한다. 동료에게 자신의 일을 미룰 땐 비로소 한 걸음 물러선다. “나는 감히 당신에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요구할 수는 없소. 감정에 치우쳐서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으니 말이오라며 상대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는 것이다.

메리 셸리의 선택은 퍼시 비시 셸리다. 선택으로 인해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며, 뒤이어 또 다른 선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소설 속 두 번이나 인용되는 퍼시 비시 셸리의 시편은 <무상에 관하여> 기쁨이든, 슬픔이든. 떠나는 길은 여전히 자유로우니까라는 구절이다. 누굴 만나고 헤어지고, 영향을 받고 안 받고, 일을 시작하고 말고는 모두 다 자신의 몫일 따름이다. 그게 기쁨이든 슬픔이든.

끝으로 퍼시 비시 셸리의 시집(전자책)을 낸 바 있는 김천봉쌤의 번역 시 한 편을 붙인다.

 

 

 

사랑의 철학(Love’s Philosophy) / P. B. 셸리

 

시냇물은 강물과 섞이고

강물은 바다와 섞입니다.

하늘의 바람들도 영구히 뒤섞여

다정하게 들뜨지요.

세상에 외톨이는 없습니다.

만물이 성스러운 법칙에 따라

한마음으로 만나 뒤섞이지요.

나와 당신은 왜 못하겠어요?

 

높은 하늘에 입 맞추는 산들과

서로 끌어안는 파도들을 봐요.

형제 꽃을 멸시하고서

용서받을 자매 꽃은 없어요.

햇빛은 대지를 끌어안고

달빛은 바다에 키스합니다.

당신이 내게 키스해주지 않으면

이 즐거운 합일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The fountains mingle with the river

And the rivers with the ocean,

The winds of heaven mix for ever

With a sweet emotion;

Nothing in the world is single;

All things by a law divine

In one spirit meet and mingle.

Why not I with thine?

.

See the mountains kiss high heaven

And the waves clasp one another;

No sister-flower would be forgiven

If it disdained its brother;

And the sunlight clasps the earth

And the moonbeams kiss the sea:

What is all this sweet work worth

If thou kiss not me?

-----

* 출처: 사랑의 철학: P. B. 셸리 시선세계문학 영미시선집 025

| 김천봉 옮김·엮음 | 글과글사이 출판

 

 

(이동훈)